2026.10.25(일) 큐티: 아가 2:1-17
[묵상하기]
*안주를 허무는 발소리*
아가서 2장은 1장의 내밀한
자기 고백과 상처의 치유를
넘어, 사랑이 어떻게 현실의
장벽을 뚫고 역동적인 관계로
나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노래이다.
특히 2장은 안주하려는 인간의
본성과, 그 경계를 허물고
초청하는 사랑의 충돌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1. 가시 한가운데 피어난 이름
여인은 자신을 ‘사론의 수선화’,
‘골짜기의 백합화’라 불렀다.
이는 팔레스타인 들판에서
흔하게 밟히는 들꽃이다.
스스로를 평범하고 가치 없는
존재로 인식하는 여인에게,
왕은 “가시나무 가운데
백합화”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였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왕이
여인을 가시밭에서 건져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은혜는 우리를 척박한 현실에서
즉각적으로 탈출시키는 마술이
아니다.
은혜는 가시가 찌르는 척박한
일상 한가운데서, 상처받지
않은 순결한 백합화로 피어나게
하는 것이다.
여인은 숲속의 숱한 나무 중
홀로 열매 맺은 사과나무(왕)의
그늘에 앉아 비로소 달콤한
안식을 누렸다.
내가 처한 환경이 아니라, 나를
덮는 그늘이 누구의 것인지가
영혼의 질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2. 바위 틈, 겨울을 깨는 부름
8절부터 분위기는 급반전된다.
사랑에 취해 쉬고 있던 여인에게,
산을 넘고 언덕을 뛰어오는
역동적인 왕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는 창틈으로 여인을 엿보며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고
촉구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여인이 머물고
있는 장소이다.
왕은 여인을 향해 “바위 틈
낭떠러지 은밀한 곳에 있는
나의 비둘기”라 불렀다.
바위 틈은 맹수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도피처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가두는 단절의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종교적인 안락함이나
개인적인 묵상의 자리에만 숨어
있으려 한다.
그러나 왕은 겨울이 지나고 비도
그쳤으니, 이제 그 안전지대를
떠나 생명이 움트는 들판으로
나오라고 초대한다.
진정한 신앙은 그분의 품 안에서
쉬는 것을 넘어, 그분의 발걸음에
맞춰 험한 산을 넘는 "동행"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3. 작은 여우, 사랑을 지키는 몫
봄이 찾아온 포도원에 뜻밖의
경계령이 떨어졌다.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꽃이 피어나는 찬란한 시기에
포도원을 망치는 것은, 거대한
사자나 곰이 아니라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여우이다.
이는 관계의 치명적인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다.
하나님과의 관계, 혹은 소중한
사람과의 사랑을 무너뜨리는
것은 대개 대단한 핍박이나
엄청난 죄악이 아니다.
일상의 분주함, 사소한 타협,
은밀한 불평, 아주 작은 이기심
같은 "작은 여우들"이 영혼의
포도원 뿌리를 갉아먹는다.
왕이 여인에게 여우를 잡으라고
명령한 것은, 사랑이란 수동적인
감정이 아니라 관계를 위협하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솎아내는
책임감임을 짚어준 것이다.
결국 여인은 “내 사랑하는 자는
내게 속하였고 나는 그에게
속하였도다”라는 견고한
고백에 이르렀다.
서늘한 그림자가 달아나는 그날까지,
안전한 바위 틈을 떠나 작은 여우를
쫓아내며 그와 함께 걷겠다고
결연하게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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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서 2장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여전히 바위 틈에 숨어 있는가,
아니면 봄을 몰고 온 그와 함께 걸음을
내딛고 있는가....
[기도하기]
주님.
가시 돋친 척박한 일상 속에서도
저희를 기어이 순백의 들꽃으로
피워내시는 주님의 경이로운
시선에 저희를 맡깁니다.
때로는 세상이 두려워 좁고
고립된 바위 틈에 스스로를
가둔 채, 산을 넘어 찾아오신
주님의 초대를 모른 척했음을
고백합니다.
이제 얼어붙은 안주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기꺼이 주님과
함께 생명이 움트는 들판으로
걸음을 내딛게 하소서.
서늘한 인생의 그림자가
걷히는 그날까지 오직
"나는 주님에게, 주님은
나에게 속하였다"는 고백만이
저희 입에 남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두란노 출판사 발행 생명의 삶 본문 묵상을 올리는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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